물수제비

건너편 저쪽에서 누군가

물수제비를 뜨고 있는가

바람이 방향 잃고 거칠게 부는데

 

담묵으로 펼쳐진 하늘

돌돌 말아 옆구리에 끼고

신새벽같이 오는 내음

 

찰방찰방

경쾌한 담박질로 오다 주춤,

곳까지 닿지 못하고 그치는가

 

파문만 둥글게 둥글게 퍼지며

강심 깊숙이 가라앉아 버리는

여름 단상(斷想)3

세모시같은 바람 한자락

 

흩날리는 꽃잎이 지어내는

백설의 어지러운 춤이라니

 

쨍그랑

투명한 유리컵 깨지자

부서지는 별빛 바람 타고

열대성 정적의 초록 틈새로

스며든 무색무취의 미립자(微粒子)

바람보다도 없는 무게

잡히지 않는

채우지도 비우지도 못하는

 

미립자(微粒子) 밀입자(密入者)

여름 단상(斷想)2

가까운 가는

시간은

아주 삭은 더위 속에서

몽유병자마냥 흐느적거리며

제멋대로 가고 있다

주인은 어디다 팽개쳤는지

폐기물 같은 상념만 달랑 꿰차고

한정없이 가고 있다

만날 엇갈리는 발걸음으로

여름 단상(斷想) 1

없는 깊이로 채운

말갛고 푸른 하늘강

한바가지 철철 넘치게 떠다

지친 , 마른 목으로 지나는 이에게

건네주고 싶어라

이왕이면

모이고 흩어지는 구름도

귀퉁이 찢어

물에 둥둥 띄워

넉넉한 하늘 가리키며

불같은 심한 갈증이라도

쉬엄쉬엄 축이라고

쓰잘데 없는 잔소리도 함께

건네주고 싶어라

기억

희푸른 이내로 떠도는

곁에 밀물로 범람하는 노래

부서져 길고 하얀 새로 태어나

날개죽지에 별빛을 품는다

 

꽃보라 날린다

기척

달빛이 포복 자세로 기어오르고

무수한 별들이 쏟아져 쌓이는

그곳에 작은 걸음 세고 있는 물새 한마리

어스름 고인 갈밭엔 그윽한 흔들림

무시로 흩어지는 바람의 편린이

물새의 사이로 묻히고

황무荒蕪 가슴에 내리는 차가운 우로雨露

이울어 가던 꽃잎이 깨어나는 소리

틈서리로 보이는 해쓱한

……

거기

누구신가요

해바라기

지나는 길에

만난 소외된

거기

빈센트 고흐의 황금빛으로

있는 해바라기

기억을 훑어 버릴 기세로

심술궂게 꽂히던 지나

맑고 따사로운 햇살에

홀로 누리는 특권이나 행사하듯

외로운 열정으로

널브러진 잡초 사이에

해를 바라는 고개짓

오월의 광풍폭우

아니!

어느새 해의 다섯째 달이라니

 

괜히 심통난 바람이

심통에 이겨

더운 푹푹 내쉬다

터느라 휙휙대는데

무슨 주착이람

딴에 위로한답시고

합세하는 빗줄기

 

,

세상 어찌될까 몰라

질긴 잎은 바람 달래고

여린 잎은 어루더듬어도

합세하여 이미 돌변한 저들 성깔

다독일 없어

 

이끼는

바닥에 찰딱 엎디어

무서워 무서워

 

돌연지변 아래 지치다 못해

울다가 울다가

나동그라진 잎들

회생의 기미마저 앗겨

무서워 무서워

 

지나자

저질러 놓고 

언제 그랬냐는

 

철딱서니 없는 것들

 

이제 뒤처져 남은

어린 바람 한자락과

순한 빗줄기만

가만 가만 지나며

 

느닷없이 어이없이

제가 틔운 잃고

아연실색하여 나무

보듬어 안지만

 

나무는

아무 없고

 

나무 밑에

진짜 더울

거저 안겨 준다 해도

그런 비바람은

싫다 할거야

     200105

연연戀戀

들판에 나가

메마른 풀만 쥐어뜯었습니다

눈물은 흘리지 않았어요

바람은 잔잔하고 달빛이 가득차 옵니다

일어나 걸음을 세어 봅니다

먼데 나무까지 가보아야겠어요

가슴 잃은 언어가 위협하는 모양새로

나를 꿰뚫어 보네요

시간은 오래된 본능으로

들숨과 날숨을 이어 가고요

삶이란 그리 논리적인 아니데요

나무는 소망이 있어 찍히고 꺾여도

새로 움이 돋는다지요

미미한 물기운에도

눈부신 호흡을 끌어 올린다지요

 

깊은 곳에 어스름으로 고여

찰랑거리는 무엇

애쓰면 아주 비워낼 있을까요

아예 철철 넘치도록 채우든지요

지각

무엇보다도 그대

나의 뜨락에 꽃씨 뿌려주소서

올해는 봄이 유난히 늦네요

차디찬 숨결

짙고 짙은 안개로 밀려와

몸살 앓는 날개죽지를 파고 드네요

허나

날개가 버거워 보인다고 잘라버릴 있나요

겨울 간다고

봄이 그냥 오는 건가요

꽃잎의 익숙한 떨림이

봄을 부르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