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리에-작업 중4

 

아틀리에-작업 중4

 

모지락스러운 도심의 낮을 지나
까만 허공 속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탄력잃은 언어들
주절주절 주절주절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
아.무.도.아.무.도.


물 흐르던 고랑마다
지나는 낯설고 마른 바람


어느 틈에
작고 가냘픈
꿈만 주저리주저리 매달아 놓고
휘릭 사라져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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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 위에서*

사막길 걸으며

하늘을 봅니다

그 하늘빛으로 온전히

내 안을 물들입니다

바람은 자기가

어디서 불어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 바람이 지금

나를 지나고 있나 봅니다

그대의 향기가 스치며 내 속 깊은 곳에 들어오더니

나를 온통 그대에게만 몰입하게 하네요

그대만 바라보게 하네요

그대의 음성만 듣게 하네요

바람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줄로만 알았어요

잡히지 않는 바람 한줄기가

날 사로잡았어요

길 위에서 만난 바람

그대


그대, 내 입술에서 떠나지 않는 이름

20150331

 


아틀리에-작업 중3

 

....

허덕이다 

공허의 끝에 흩어져 있는

티끌들을 본다

 

이 티끌들이 어디로 부터 왔나

문득 궁금해진다

 

티끌 위로

낮바람 지난다

 

빈 화폭 위로

像 하나, 影 하나

내려앉는다

소망 하나

어느날인가

보듬고 있던 육신 풀어주고

부재(不在)의 길로 들어서

진정한 흙으로

나무 한 그루 키워내리

 

흙에 내포된 나의 기억은

뿌리를 살 찌우고

가지 뻗어 잎 무성히 틔우며

수백 년, 아니 수천 년

무심한 척 서서히 자라며

흙과 끊임없는 교신을 하는

나무 한 그루 키워내리

 

손금같은 길 가다 지친

어리어리한 나그네에게 쉴 그늘 되어 주고

신 내린 영매(靈媒)인 양

주술(呪術)같은 입김 하늘까지 올려

수백만 광년의 거리 밖에 있는 별 불러 오는

나무 한 그루 키워내리

 

순수한 세속에 머물며 아름다운 그런

나무 한 그루 키워내는

한 줌의 흙이 되리

 

고목

망각의 귀퉁이

바람의 눈이 닿는 곳에

고목이 삭으며

기억을 키워 내고 있다

 

이제는 오르지 않는

마른 등걸

 

가지 사이로

그물 치는 거미

 

그물 위로

부식된 욕망이 녹슨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가 걸렸나

 

바람은 눈만 주고 지난다

 

어제같은 오늘 가면

내일이 오늘처럼 오지

도꼬마리

도꼬마리

처럼 성가시게 달라붙던 기억들이었어

발바닥은 그들을 떨쳐내면 부서진 조각들에 상채기 나기 일쑤였지

햇살과 바람이 마구 뒤엉키는 들판에서

상채기 난 발바닥 보며 엉엉 울지도 못했어, 그 땐

울음마저 카오스 안으로 휩쓸려 갇혀버렸으니까

길은 갈 수록 더 길게 늘어나 아득하고

귓가에 아로새겨진 말들

내 어리석고 고집 센 소원에 걸리적 걸리적

어쩔 줄 몰라 했지

머리 위로 떠오른 별들에 이끼가 끼고

꽃잎도 날개 접어 버리자

난 무서웠어

일말의 염려가 그대로 나타났던 침통한 들판이었어

 

성큼 들어선 푸른 새벽

 

두 귀 이슬에 말갛게 씻어

금방이라도 쓰러져 버릴 듯한 기운 해체시키고

그 고질병체류에서 벗어나기로 했던 지레질

 

실타래 풀리듯 귀를 스치는 바람이 상큼해

아틀리에-작업 중2

오늘도 점을 찍었지요

마음 다해 찍었지요

하나에 소중한 이름들 하나씩 불러 가면서요

넘어 즈음 여백이 채워졌지요

신열에 시달리다

열에 이겨 그만 피어난 열꽃이네요

그림자가 키를 늘어뜨리는데

한자리에 모인 점점들이라 해도

함부로 섞이진 않네요

혼자 속만 태우다 스스로 명멸해 버린 점도 있지요

그러면 그렇지요

혼재한 공간, 혼합된 보이나

각자 따로 살아 움직이잖아요

 

 

 

 

 

초승달 숨빛

도시의 보도블럭 비집고 일어선 풀꽃

몸을 뒤척이며 돌아눕다가

움푹한 품으로 그리움 가득 안은

초승달의 숨결에 가슴 열린다

깊은 숨은 땅밑으로만 꺼지는 알았어

깊은 숨은 어두운 곳으로만 감추는 알았어

허허로이 저곳에 소요유하는

깊으나 무겁지 않아

물씬 오르는 내음

지나치게 적막한 밤이라도

오늘 밤은

하나 티울 있겠어

 

고양이

어두운 밤마다 왔다

 

기척없이

눈물 어린 바람 소리를 그어댔다

 

머물다 자리엔 하얀 허공

터럭

상형 문자 비슷한 무엇

꿈틀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