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생지草生地
연약하여 쓰러질 수록 자유로워지고
바람 불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흔들림으로 바람이 일었다
흐르는 강물이 한꺼풀 허물을 벗으며
비늘 반짝거리는 몸으로
추파를 던지면 풀밑 하얗게
도사린 조약돌이 날아 오른다
눈 감고 모공마저 닫고
죽어 꼼짝않고 도사렸던
조약돌이 저 하늘로 날아 오르는 걸 본다
목숨으로 떠돌적 한 때의 무모한 열정에 데인 상처
이젠 다 바래고 몸 속 힘 다 소진하여
아주 죽은 척 돌로 내려 앉았어도
의식은 깨어 있는 중
타고 남은 재마저 식기를 기다리는
빈 돌이 되어간 것이다
풀잎이 흔들리는 것은
지나는 바람 탓도
그리움의 편린이 깔짝대는 탓도 아니라
세상 먼지 털어내는 허허로운 몸짓
돌은 아무나 되는 것도 아니지만
아무 돌이나 다 날아오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돌 날아 오르며 탁, 터지는 빛
기억마저 다 풀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