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광풍폭우 지난 뒤

                

무지개빛

빨강에서 보라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릴까

길을 가늠해 보는 저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비바람 치던 날이

어디 오늘 뿐이던가

잠깐 퇴색된 저녁일텐데

그냥 두지

별일이야 있을까

하루의 피로를 개켜 누이고

즉흥적인 꿈의 날개를 폈다

 

돌연

전설같은 혼돈과 미명

산은 기이하고 허망한 굉음으로 울부짖으며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다

음절도 리듬도 박자도 무시한 소리들

비에 젖으며 바람에 휘청대며

한데 어우러졌다

 

죽음이란 그저 하잘 없는

우발적 사건이라 계수해 버린

온기없는 정서의 비바람이 남긴 언어였다

 

산은 무너지다 못해

울컥울컥 무거운 바윗덩이를 토해내는데

주검을 보듬고 있던 뫼도

울컥울컥 유골을 토해내는데

새로운 죽음은 시신을 감추고

내주지 않는다

 

시간은 여전히 착실하게 흐르고

하늘은 신열이 나는지 혼미상태로

간간히 울부짖는다

 

초혼의 깃발이

바람도 없이 마구 흔들린다

돌아오라 돌아오라 어서 돌아오라

부르는 소리 애간장 끊기는 소리만

꺼이꺼이- 꺼이꺼이-

가없는 하늘에 솜털 구름처럼 흩날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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