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

저기 저어

철바람 따라 별빛 따라 훨훨

길고 하늘길 날아왔다지

 

후루룩 날개 털고 돌아갈 적에

나라의 파도 소리는 내려 놓고 가렴

餘白

빈틈없이 채워지던지

남김없이 비워지던지

 

무엇도

더할 없는

덜할 없는

건널목

파란 불이다

달리던 차들이 멈추고

나는 길을 건넌다

 

건너편에서 오는 바람과 만난다

바람은 낯설다

어디로 부터 것일까

어디로 가는 것일까

 

바람은

표류하다 불현듯 귀향하는 나그네의 기억으로 멈추어 

겨울을 흉내내는 어눌한 소리를 내뽑아 불러 세운다 

  

햇빛이 속눈썹에 걸린다

손등으로 비벼 털어내다 보니

포인세티아가 붉게 타고 있다

 

십이월, 해의 강을 건너야 때이다

십이월의 무지개

오늘을 지나 내일로 가는 차량의 물결을 딛고

불현둣 일곱 빛깔 반원으로 섰다

일방통행만 허용되는 터널 속을 지나는 이들은

앞으로 앞으로 치닫느라 뒤돌아보지 못하니

무지개 줄도 모르고 척박한 하늘이라 탓한다

 

십이월 금요일 오후

거리에 흐르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값싸게 나마 향수를 불러 일으킨 까닭인가 

한주일의 막다른 길에서 분주함을 채우는데 

수침처럼 아프게 살갗에 박히는 빗방울에

보송보송한 눈송이 내음이 묻어있다

 

고집스러운 기억의

주술에 걸린 휘청휘청 중심을 잃더니

와그르르 무너져 내린다

 

갇혀있던 언어들이

빗방울과 눈송이와 어우러져

어지럽게 휘날린다, 눈썹 위로 얹힌다

 

고개 드니

투명하게 물오른 일곱 빛깔 고운 선의 하모니

 

때로 멀리 바라 일이다

 

십이월에 무지개를 선사하는 도시

이만하면 사랑스럽지 않은가

理想

줄기로

흐르고 흐르다

미처

바다에 닿기도

하고많은 모래에 갇히는

사막의

 

내미는 손에

저항없이 채워지다 허망하게

비어지는 안개

 

허상과 실체를 오가는

아집의 추종자

두 별 사이

수십수백만 광년의 거리를 두고

 

그리 아득히 멀고도 빛으로

 

바람만 바람만

 

 


 

#바람만 바람만 :: 바라보일만한 정도로 뒤에서

                 멀찍이 떨어져 따라가는 모양

무화과

열매는

숨은 , 곰삭아 붉은

그득히 품어 가슴 속에서만

붉어져 꽃잎 없는 꽃이었네

온통 붉은 꽃밭

꽃무더기 사이사이로

희끗희끗 낭잣머리 은빛 비녀 꽂은

울할머니 거기 있었네

 

꽃은

, 흐르는 붉은 눈물

가슴 그득그득

채우고 있었네

작은 알갱이로 알알이 맺힌 선혈

차마 흘리지 못해 엉겨붙고 있었네

 

사람들은 없이 맺히는 열매라

무화과라 하였지만

나는 열매 그득 품은

붉은 꽃을 보았네

울할머니의 가슴앓이도 그리 붉었을까

 

어릴 없던 날들

꽃을 먹으며 자랐지

피우지 못하고 열매 맺지 못하고

그냥그냥 가버린 젊은 아들들

그리워하며 가슴앓던 울할머니

무화과 속살이랑 닮은 빛이었는지도

 

퍼렇게

호수 하나 안고 가네

 

운석(隕石) 한덩이 떨어지는가 싶어

찾아 나섰다가 헛걸음

휘적휘적 사라지는 그림자 좇아가다

그마저 놓치고 마네

 

잠시

 

산들이 층층히 서고

사이사이로 안개 휘도는

거기 있네

운석에 !

부딪힌 그림자에 패인 구덩이

시린 잔잔히 채워

그윽하게 숨은 호수

흐린 날의 그림자

서식할 잃어

위기에 놓인

영혼

 

평면의 존재로도

허용되지 않는

상실,

자아망각

 

빛이 낙하되는

빛을 취하여

다시 살아날

선량한
분신

피다 멈춘 환상

나풀나풀 흩날리길래

하얀 눈인 알고

허겁지겁 달려갔지

설레는 마음으로

 

잿빛 몽롱하여

기운이

퀭한 하늘 받치고 있기에

하필 오늘

 

닿을 즈음 보니

잔바람에 날리는

엷은 꽃잎이었어

야속했지만 밉지는 않았지

 

피다 멈춘 환상이라도

내겐 과분한 선물이요

오지않는 겨울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