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리에-작업 중1

허기져 막된 들짐승의 짓이었을 거야

그가 분명 나를 위해 걸어두었다는데 

달이 보이지 않는다

녀석이 한입에 꿀꺽 삼켜버렸는지 몰라

구름 날개 그늘 아래 감추어

무방비 상태로 탓일까

새로 달을 그려 넣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사다리를 세우고 오른다

 

가끔씩 예고도 징조도 없이 지나는

회오리 바람이 나를 무너뜨리려 한다

오한으로 덜덜 떨리고

힘겨운 숨이 들낙거린다

얼만큼 올랐을까

발라낸 뼈다귀로 떠오른 초승달이

수척하지만 힘있는 팔을 내민다

 

하늘은 얼음처럼 차다

작은 입김 불어

별들을 그려넣어야지

 

별이 흐르지 않고 자랄까

달이 흐르지 않고 자랄까

 

따스한 별들로 하여금

수척한 키워 들판 가득

빛으로 채우기를

 

 

 

 

 

갈대2

부는 바람 쪽으로

있네

 

강줄기 굽은

하늘과 땅이 밀착되어

숨통 조이는 날도

가볍게 털어내며

흐르는 물결 곱게 다듬으면

틈으로 섬세하게 스며드는

뜨거운

 

마저 남아

안주 못하고 떠돌던 상념

빛에 따스하게 데워져

휘청휘청 일어서고 있네

 

가늘게 실눈 뜨고 바라보니

있겠네

낙조(落照)

시작이다

푸른 실핏줄마다 터져

소리없이 기억의 선혈을 내뿜는

아주 죽어야 다시 사는

불새의 윤회설

그러나 어쨌건 떠남은 뭔가 석연찮은

 

고개 돌리니

, 허공에 걸린 하얀

하나

 

 

 

 

繪畵修業-반 고흐의 붓질로

빛이 지나가네

거칠게 이는 바람에

빛이 무질서하게 흩어지며

기억이 주춤주춤 뒤로 달아나네

 

집요하게 달라붙는 외로움과 환영(幻影)에서

진액을 받아내는 선한 영혼

그날도 상한 빛의 허리 둘러메고 걸어나갔네 

 

돌아오면 혼곤한 날개

퍼득일 기운조차 없어도

어둠 보내고 나면 다시 뜨거운 예감

예감에 기대어

별이 되고 꽃이 되고

 

감금 당한 영혼을 풀어주어야

멀리 보내주어야

결국 낡고 부서진 동체는 버려지는

허공을 가득 품으면 있을까

한점 끊어 혼미해지는 소리에

뚝뚝 지는 붉은

 

검은 새들이

음침한 비상을 하는 들판은

밀밭 눈부신 황금빛과 소통하고

 

포성 속에서 햇살은

줄기줄기 돋아나

해바라기 노란 물결로 출렁거리던

 

그대가 풀어놓은 별들은 떼지어

빙글빙글 소용돌이 치며 돌고 있었어

불구경 –단풍, 그 아픈 이름

건너 저편 아닌

바다 건너건너 저편에

활활 불난리가 났다는데

 

와글와글 구경꾼들

타는 불보다 난리라는데

 

누구는

멀리멀리 아득히 발치서

구경만 하다 애달아

애가 달아

 

공연한 초록만 보채다

가슴만 쿵쿵 쳤다는데

 

퍼렇게 멍만 들었다는데

비에 지는 꽃

비에 깨어났던 꽃잎이

비에 울어 지쳐

강을 이루면

 

안개가

엷은 옷마냥 부드럽게

휘감아

위안 준다 해도

서러워라 나는

 

그림자도 따라와 주지 않는

차고 옅은 회보라빛에서

가여운 자태로 떨다

못다 피고 후두두

내리는 꽃망울에

더욱 서러워라 나는

머리맡 바다

잠들 바다 쪽으로 몸을 돌려 눕는다

쏴아아 철썩철썩

해조음 속으로 끌어당기면 나는 바다가 된다

머리칼은 가는 물결로 비늘 출렁이고

은밀한 곳에 잠자던 기억들 부비며 일어나

부드럽고 은빛 투명한 지느러미로 유영을 한다

칠흑 어둠이 내려도 바다는 언제나 푸른

그리운 이들의 음성은 바다새 마냥

익숙한 날갯짓으로 바람을 일으켜 앞세우고

난다, 머리맡 바다 그대 걷는 금모래빛 해변을 향하여

무지개 흔적으로

허상과 실체를 이어주는

오늘과 내일을 이어주는

산과 산을 이어주는

 

거리만큼으로 비워두는

기억만으로 세우는

붕괴도 팽창도 없는

포착할 없는 잔상으로 채우는

허한 충만한 전설을 읽는

산기슭 풀숲 풀이 그러데요

이슬의 숨소리를 듣고 싶거든

이슬이 사라지기 전에 오세요

어제의 이슬이 죽어

오늘 다시 살아난

성결한 아름다움을 있어요

 

이슬이 사라지는 잠깐이랍니다

 

뜨기

이른 아침에 오세요

이슬

새벽산에 올라

별빛 품은 이슬 곱게

떼내어 한아름

가득 안고 내려 오다

이끼에 채여

아차!

또르르륵

이슬 깨지며 터져 나오는

벌레들의 탄성

산의 메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