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져 막된 들짐승의 짓이었을 거야
그가 분명 나를 위해 걸어두었다는데
달이 보이지 않는다
그 녀석이 한입에 꿀꺽 삼켜버렸는지 몰라
구름 날개 그늘 아래 감추어 둘 걸
무방비 상태로 둔 탓일까
새로 달을 그려 넣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사다리를 세우고 오른다
가끔씩 예고도 징조도 없이 지나는
회오리 바람이 나를 무너뜨리려 한다
오한으로 덜덜 떨리고
힘겨운 숨이 들낙거린다
얼만큼 올랐을까
살 다 발라낸 뼈다귀로 떠오른 초승달이
수척하지만 힘있는 팔을 내민다
하늘은 얼음처럼 차다
내 작은 입김 불어
별들을 그려넣어야지
별이 피 흐르지 않고 자랄까
달이 피 흐르지 않고 자랄까
따스한 별들로 하여금
수척한 달 잘 키워 들판 가득
빛으로 채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