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의 보리수

전날

성인은 보리수 그늘 아래

도를 얻고

시인은 보리수 그늘 아래

단꿈을 보았다네

 

오늘

도시의 보리수 그늘 아래

지나는 발길 많아도

머무는 없어

소리, 소리, 소리

소리만 쌓여가고

 

도를 찾으러

단꿈을 찾으러

떠나는

걸음, 걸음, 걸음들

 

도시의 보리수 그늘 아래

머무는

아무도 없네

 

2002

보리수(Bo-tree, Peepul Tree)

보리수는 불교세계의 상징적 나무이다.

이천 , 석가모니가 보리수 밑에서 성도를 연유로

불교도들 사이에 성스러운 나무로 상기되고 있다.

인도에 이천 년이 지난 오늘까지 석가모니가 도를 얻었다는 보리수가

아직 건재하고 있는데 나무의 2대손으로 700년이나 되었다 한다.

보리수 잎은 인도를 비롯한 여러 불교국에서 훌륭한 종교 공예품으로

단단히 하고 있다.

그늘 효과가 좋고 소음을 흡수해 준다 하며  타이완의 도시 타이페이와 

까오숑등에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있다.

 

별똥별과 개똥벌레

한여름

푸르러 깊은

하늘에서 유배된 슬픈 하나 지네

총총한데 혼자 지고 있네

번뜩이는 칼끝의 빗금으로 남기는 상흔마저

일순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리네

 

찾아 설렁설렁

외로운 사람 하나 어둠 걸어가네

길의 흔적도 별의 잔해도 보이지 않는데

걸어가네 바람처럼 걸어가네

 

깜깜한 하늘 찰랑이는

풀떨기 사이로 깜박깜박

빛이 보이네 마지막 숨같은 빛이

여긴가 저긴가 날아 다니네

 

빛을 잡아 보네

시린 가슴이 만져지네

 

그들 빛은 어이 그리도 닮았는가

허나 아무래도 아우르지 못할 사이

슬픈 이방인의 눈으로 마주

바라보네 바라보기만 하네

별 건지러 가자

건지러 가자

올려다보던 별이 건져질지도 몰라

별이 보이는 날은 물가로

별을 건지러 가자

바다도 좋고 강이나 작은 우물이라도 좋아

찰랑이는 곳에 가면

찾던 별이 있을지도 몰라

 

어두커니 새벽이 오면

건지는 하다 그냥 보낼지도 몰라

우린 요원한 거리에 너무나 익숙해 있기에

 

어른어른 물빛 그림자만 남기고 돌아서는

허탈함에도 익숙해 있기에

피뢰침

어느 순간 어느 지점에서

난데없이 벼락이

생벼락이 떨어질지도

가끔은 허탈 상태에 빠진 벼락의 씨가

공기 중에 부유하여 둥둥 떠다니다

앞니 빠진 구멍 새로 훌훌 빠져나가는 언어 만나

꽈당 부딪힐지도

아니면 입술가에 잠시 맴돌다 흩어지는

일순 포착하여 수도

모두 예측불허

 

미리미리 피뢰침 세워

 

파도

밀려왔다 그냥 물러서고

물러섰다 다시 밀려오고

죽었다 다시 사는 모습

영원한 유예미결

거미줄

이미 죽은

나뭇가지 사이에 쳐진 거미줄

거미는 어디로 가고

가늘고 힘없는 바람과

이슬만 걸려

오늘을 보내고 내일을 맞으며

얘기하네

거미줄이 몸의 일부분이나 다름없었을

거미란 녀석도

세상 한켠에 잠시

머물다 가버린 기거자일 뿐이라고

                (2001)

마른 호수에 다시 물이 차면

1.

꺼칠한 풀만 성깃성깃 돋아있는

척박한

 

기억컨데 예전엔

푸른 찰랑이는 호수였다네

 

어느 때인가

호수의 급속히 마르고

앙금만 남아

터진 생채기를 드러낸 지금

쉼없이 부는 바람

 

내려 앉으며 남기는 밭은 기침

힘으로 어쩌지 못할 침식

 

황량함은 점점 폭과 길이를 늘려가는데

영혼의 서식지는 어디에 두어야 하나

 

2.

깊이 머금은 그리움 하나

그리워 그리워

진저리로 울컥 솟구치며

터지는 물길

시간은 의미를 잃어

 

마른 호수에 다시 찰랑이면

별빛 달빛 오롯이 담가

목마른 바람 다리 뻗고 쉬어

그런 물로 차오르면

검불 영혼 촉촉히 적시는

섬이라면 좋으리

바다 깊은

아득히 밑바닥에서 이는 울렁임은

그나마 파도로 일지도 못하는가

 

파도는 아무리 드높게 피어 올라도

사라지고 마는

 

울렁임이 쌓이고 올라

해면 가까이 가까이

밀려 와서야

겹겹이 꽃으로 피어나

 

모래톱에 버려진 조개의 잔해

사람들 발자욱의 잔해를 품어

포말 틈새로

새겼다가 지웠다가

지웠다가 새겼다가

 

잠재울 없는 그리움

 

차라리

바다 한가운데

섬이라면 좋으리

 

가으로 돌아가며

그치지 않는 파도 소리

노래 삼고 얘기 삼아

의연히

섬이라면 좋으리

 

(2001)

초혼

돌아오지 못할 이의 이름을 부르는 것보다

가슴 아픈 있을까

 

돌아오지 못할 바엔

기억의 잔해마저 아주 흩어져 버릴 일이지

아무 것도 남기지 일이지

 

지친 영혼이여

부르거든 돌아보지 말고 그냥 가시지

어쩌자고 바람 끝마다 숨결 보내 오는지

 

이름 찾아

출구도 방향도 감지할 없는

캄캄한 통로를 더듬는 목소리

그냥 모른 지나치시지

 

번개 번쩍

마르고 터진 천둥소리 허공에 울려

부르던 이름인가 

 

덥석 잡아 펼쳐 안에는

차마 떠나지 못한 숨만

그득하더이다

시를 빚는 밤

뒷걸음 치며 붉어지는 노을 좇아

어스름 깊어져 하나

조각달을 기대

 

기죽었던 정적

대낮에 활개치던 소음의 피곤한

하품에 되살아나

소란한 도시의 틈새에 웅크린

환상을 조심조심 이끌어

매미가 벗고 껍데기처럼 공허한

나의 손아귀에 쥐어준다

 

늦가을의 바짝 마른 잎같은

가련한 환상 바스락바스락 잘게

잘게 부수어 고운 분말로 갈아내며

내가 내쉬는 숨에 훌훌

날라가 버릴까 조바심으로 가슴 조이다

습한 밤에게서 추출한 맑은 물방울로

점성(粘性) 주어본다 

 

수이 어울리지 못하는 그들

겉돌기만 거듭거듭

 

머리카락 만큼이나 불어나는 공허

언제까지나 뭍에 닿지 못할 배인

밀어내는 긴긴 아득함, 그리고

오만한 방관자로 따라붙던 그림자는

무기력한 숨만 내쉬는 위축된 영혼에

짙은 빛으로 어루만지며

순간을 돌아가고

 

아아

밤은 더없이 그윽해지는데

서로를 밀어내는 은밀한 반발이

빚어내는 무늬,무늬